치카노와 리얼리스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




치카노와 리얼리스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

타투이스트 운킴






Q. 타투매거진 회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운킴이라고 합니다. 별것 없는 저를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혼자 틀어박혀 있어서 저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 없겠지만 이왕 이렇게 인터뷰하는거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Q. 최근 근황에 대해 말해주세요.

11월 19일에 일본에 가서 king of tattoo라는 타투컨벤션에 다녀왔습니다. 외국의 실력 있는 타투아티스트들도 많이 보고 많이 배워왔습니다. 컨벤션 전에 ink rat tattoo 분들과 만나서 많이 이야기하고 도움되는 조언도 듣고 그동안 몰랐던 많은 점들을 배워왔습니다. 그분들이 감동 받을 정도로 잘해주셔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컨벤션에서는 많은 아티스트들을 보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로버트 에르난데즈에게 타투를 받을 수 있었던 행운도 있었구요. 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누가 잘하고 누가 잘 하네 한다는 것이 마치 유치원 애들끼리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Q. 어떤 계기로 타투를 처음 접하게 되었나.

약 98년쯤에 이태원에서 외국인이 타투하는 샵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타투를 받고 그 뒤에 김건원 누나한테도 받았는데 그림에는 좀 자신이 있어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기 까지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꽤 오래 걸렸습니다.



Q. 샵을 보면 에어브러시와 아크릴물감, 캔버스가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타투를 하기 전에 에어브러시라는 것을 알게 되서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재미도 있고 붓으로 그린 그림과는 다른 느낌이라 지금도 시간이 있을 때는 가끔 그립니다. 치카노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로우라이더 아트를 좋아해서요. 스케치든 에어브러시든.. 연필로 그린 것보다 에어브러시가 더 멋지죠. 귀찮은 것이 문제라... 에어브러시 아티스트들 처럼 마스킹노가다는 못하겠고요. 그냥 프리핸드(마스킹을 사용하지 않고 에어브러시만 사용)로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곤 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림을 제대로 안 배워서 붓으로 그림을 못 그려요.


Q. 에어브러시와 같은 도색 도구를 쓰는 작업이 타투를 하는데에 도움이 되나요?

물론 그림이니까 도움은 어느정도 되는 부분이 있어요. 올드스쿨이나 뉴스쿨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블랙&그레이라는 장르와 그 안에 리얼리스틱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림 실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킹오브타투 컨벤션에서 봤을 때도 로베르트 에르난데즈의 엄청난 그림 실력에 놀랐습니다. 에어브러시든 붓으로 그리든 그림 연습은 타투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피부에 바늘을 넣는 것과 물감을 뿌려서 그리는 것은 좀 다르긴 하죠.


Q. 타투가 물론 그림과 연관성이 있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림을 그리는 직업과 타투아티스트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음에 타투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림에는 자신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림을 직업으로 하기 힘들기 때문에 타투를 생각한 것도 있고 상사한테 스트레스 받는 직업이 아니라서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타투라는 것이 막 시작되고 알려지는 시점에서 뭔가 올바르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투라면 돈 잘 번다고 어디서 듣고, 또는 이거 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른거 하지. 이런 생각으로 타투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타투라는 것은 타인의 몸에 평생가는 무늬를 새기는데 '손님들은 어차피 타투에 대해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책임감 없게 너무 가볍게 타투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타투에 대한 웹매거진도 생겨서 약간은 전체적으로 보는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만. 대체적으로 타투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는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본인은 아직 초보이고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틀린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투아티스트도 아티스트입니다. 타인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은 절대로 아티스트가 될 수 없습니다. 샤넬 이미테이션 핸드백이 절대 명품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외국 아티스트 작품을 카피하고 적당히 위치만 바꾸거나 대충 섞어서 마치 자기 것인냥 손님을 설득시키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손님들이 원본을 보고 그것을 해달라는 것인지 시술하는 쪽에서 '손님이니까 모르겠지' 생각하고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보면 외국아티스트 작품의 모방이 정말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타투하시는 분들 중에 인터넷에서 다운 받거나 도안집, 외국 아티스트 작품의 모방을 하지 않는 분들은 몇 안됩니다.

올바른 길로 가는 분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도 전체적으로 수준이 올라가고 실력있거나 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이 나올 것입니다. 법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컨벤션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컨벤션에서 인터넷은 못쓰니까 타투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카피문신 또한 더더욱 말이 안 되는 것이죠. 최근에 타투 하시는 분들을 좀 알게 되었는데 그분들 만나서 자극 많이 받았고 그분들도 저로 인해 자극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타투 문화가 올바를 방향으로 빨리 발전하길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Q. 작업이 없을 땐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스포츠와 그림을 좋아합니다. 비이크 라이딩도 좋아하는데 오토바이를 도난당해서 지금은 못 타고 있네요. 레스링과 그림을 그리고 가끔 건담 프라모델도 합니다. 건담 프라모델은 어릴 적 좋아하던 건담이라 아직도 좋아하고 프라모델 만들때 어어브러시 도색이 재미있어서 시간이 있을 때 가끔 합니다. 레스링은 2002년쯤에 최무배 선배를 만나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올림픽 레스링을 몇 일 배웠는데 너무 힘들고 어려웠어요. 차차 우리나라에 이종격투기가 들어와서 사람들한테 알려지면서 서브미션 레스링 쪽으로 배워서 그레코나 자유형 레스링은 잘 못해요. 

최무배 선수의팀인 '팀 태클과 ' '코리안 탑팀' 로고도 디자인 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매일 운동했는데 일해서 먹고살기 바빠서 요즘엔 가끔 하는게 전부에요. 지금은 최무배 코치님 체육관이 멀어서 레슬링선수들 운동하는데 가서 조금씩 배우는 것이 전부에요. 그림은 거의 매일 그리는데 주로 스케치를 하죠. 그 중에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캔버스에 그려보기도 하구요.


Q. Downtown ink에 담김 의미가 있다면.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이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그 중 반응이 제일 좋았던 것이에요.



Q. 지금 생활에 만족하시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삶의 방식은 만족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비싼 차나 비싼 옷 입고 다니는 것보단 많이 버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실력을 늘리는데 더욱 노력해야죠. 그림도 늘어야 타투실력도 늘게 되 있으니까요. 일본에 갔을 때 많은 타투아티스트들과 아야기 했는데 그 중에 유독 친절하고 잘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제 작업 사진을 보고 지적도 해주고 그래서 고마운 사람들인데 그분들의 말이 "10년은 해야 돼"라고 말하더군요. 열심히 레벨업 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것도 보여주고 싶고 15년씩 한 사람들한테 인정도 받고 싶고 해서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입니다. 24시간이 그림 그리는데 모자르게 느껴질 정도로 열심히 해야죠.


Q. 마지막으로 타투를 사랑하시는 분들과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타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졌고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직업으로 하는 분들은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 타투 수준이 향상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 타투를 받으시는 분들은 평생 몸에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